2015 헝가리 세계속기경기대회 출전 수기 / 김양수 속기사(CAS) 2편
“꿈이 현실이 된 멋진 경험, 헝가리 인터스테노”
축구에서 제일 중요한 포지션을 꼽자면 골키퍼 아니겠는가.
실장님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많은 일을 했다.
부다페스트가 왜 관광도시인가는 가보면 안다.
눈길 닿는 것마다, 돌아보는 곳마다 문화유산이다.
그리고 걸어가는 모든 곳에 관광객이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풍족한 이유를 대라고 하면
수출을 주도하는 삼성, 현대, LG와 같은 기업을 꼽을 수 있겠지만
부다페스트는 관광, 곧 문화유산을 꼽을 수 있겠다.
아마 우리나라, 이 한반도가 동북아의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또한 문화유산이 많이 남아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7년에 한 번꼴로 났었던 한반도라고 하니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구가하는 이 평화가 공짜가 아님을 실감했다.
응? 내가 지금 무슨 말 하고 있지?
하여튼 전시도 하고 부다페스트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다가온 대회날.
<사진=리얼타임속기 경기대회장. ‘난 할 수 있다’>
<사진=결전의 시간>
아자아자, 파이팅!
<사진=경기 시작 직전>
가, 나, 다, 라, 마...
회의? 회담?
보호? 복원?? 뭐?
<사진=손 머리 위로>
손 머리 위로!
드디어 준비했던 대회가 끝났다.
글쎄... 잘한 것 같은데...
하루 종일 글자와 단어들이 머릿속에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다.
회담?? 복원??
그게 ‘다’였나 ‘가’였나...
환경을 복원하자?
그렇게 경기를 마치고 나는 전시팀에 합류했다.
세계속기경기대회 출전 대표로 참가한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외국 사람들에게 CAS를 알리는 것 아니겠는가.
하루하루 전시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외국인 발길도 점점 끊길 때쯤 전시도 종료가 됐다.
리얼타임 대회도, 전시도 끝났는데 이제 남은 건 또 관광!
관광이 사실 힘들다.
우리가 갔던 한여름의 헝가리는 34~36도를 왔다갔다 했다.
그렇다고 헝가리까지 왔는데 안 보고 갈 수는 없지 않는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햇볕은 서울보다 더 따갑고 아팠다.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얼굴 살이 벗겨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여름에는 웬만하면 땀을 잘 안 흘리는데 여기서는 온몸이 젖을 정도였다.
작렬하는 태양, 헝가리의 여름은 정말 뜨겁다.
태양을 피해 잠시 나무 그늘로 숨어들었는데...
최기예 속기사님이 다가왔다.
“헤이, 양쑤 뭐해?”
헝가리의 일정도 이제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결과 발표날.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진=코르비누스 대학 내 시상식장>
오늘은 시상식 날, 전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이 한 곳에 모였다.
<사진=코르비누스 대학 내 시상식장>
리얼타임 부문 시상을 기다리기를 꼬박...
그리고 우리 한국팀의 이름이 불렸다.
내가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를 대신해 두 속기사분이 수상을 했으니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사진=수상대에서 기념사진>
최기예 속기사님의 메달을 받아 내 목에 걸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왜 그 메달을 돌려줬을까...
집으로 가져와서 가보(?)로 삼을걸 그랬나.
(하하, 농담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렇게 최초의 메달 도둑은 메달 수상은 실패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인터스테노의 대미를 장식할
도나우강 수상 유람 파티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손정아, 양세희 속기사>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예쁜 두 속기사.
여러분, 이런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으면 CAS에 입문하세요.
☞ 3편에서 계속
작성일 : 15-09-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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