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천국제공항>
불과 5년 전의 나를 생각해 볼 때
서울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장족의 발전이다.
그 5년 전에는 내가 살고 있는 광주 땅이 마치 전 세계의 전부인 양 착각했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전처럼 말이다.
그리고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나는 떠난다.
그렇다, 떠나자!
<사진=인천국제공항>
꿈에 그리던 부다페스트 행.
뒤에 나온 태극기가 절묘하다. 아, 대한민국!
벅찬 기대를 안고 비행기를 타러 이동하는 길.
이리저리 서로의 모습, 풍경들을 찍으며 여행의 분위기로 들뜬 순간.
곧이어 멋진 작품 하나가 탄생했다.
이 사진... 조명이 아쉽다, 조금만 어두웠더라면.
살랑살랑한 머릿결 사이로 보이는 눈빛.
만약 불빛이 없는 곳에서 이 사진을 찍었다면 바지에 소변을 봤을 것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선배이자 속기사로서 가장 존경하는 최기예 속기사님.
12시간에 가까운 긴 비행시간.
창공을 가르며 도착한 대한민국 대표팀.
이스탄불 공항에서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해
테오도시우스 성벽과 마주했다.
투르크의 침략으로 멸망한 비잔틴.
그 천 년의 비잔틴을 존속시켜준 테오도시우스 성벽이다.
겉에서만 봤는데도 웅장하고 멋있다.
성벽에는 치열했던 당시의 상황을 말해 주기라도 하듯
곳곳에 포격으로 무너진 흔적이 남아있다.
동서양이 만나는 중심, 콘스탄티노플을 손에 넣기 위해
투르크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저 성벽이 찬란했던 옛 비잔틴의 쇠락을 말해 주고 있다.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잠깐 들른 뒤 피에로티 언덕에 갔다.
경치가 정말 끝내줬다, 또 오고 싶은 곳.
<사진=피에로티 언덕, 양세희 속기사>
피에로티 언덕에서 홍차를 마시며 경치에 흠뻑 빠져 있는데
한 예쁜 꼬마가 한쪽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옆에 있는 양세희 속기사에게 “쟤 귀엽지 않아?”라고 말하자
“사진 찍어줄게 옆에 가서 서봐요.” 그러는 거 아닌가.
하지만 히잡을 두르고 있어 왠지 배타적일 거라 지레짐작 하고
다가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쟤들 눈에는 동양인인 내가 더 신기할 텐데)
그런데 양세희 속기사님이 꼬마의 옆에 가서 포즈를 취했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역시 남는 건 사진뿐이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가 애국자가 된다고 하지 않나.
저 아이에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은데 뭘 줄까...
그렇게 고민하던 중, 돈이 생각났다.
빳빳한 천 원짜리 지폐를 아이한테 주며
짧은 영어 실력으로 “디스 이즈 코리안 머니.”
(얘야, 땡큐라고 한마디만 해봐...)
도도한 그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부끄러워하는 꼬마.
귀여운 이스탄불의 딸, 안녕!
이제 구경할 만큼 했으니 약속의 땅, 헝가리로 가보자.
밤늦게 호텔에 도착했다.
이 사진을 보니 왠지 살인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 않은가?
그럼 당신은 명탐정 코난과 같은
추리 만화에 한때 심취했었던 적이 있었을 거다.
(나는 소년탐정 김전일...)
일단 늦었으니 짐부터 풀고 아침에 일어나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해 보자.
다음 날,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코르비누스 대학으로 향했다.
코르비누스 대학은 이번 헝가리 인터스테노 대회장으로
각국 속기회사의 전시부스가 설치되고, 속기경기대회와 포럼 등이 열린다.
대회장에 도착.
스마트CAS 속기기계의 우수성을 알리자!
하얀 옷 입은 분이 헝가리어 통역사.
헝가리어가 전 세계 언어 중 가장 배우기 어려운 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니
저분이 대단해 보였다.
모국어 외의 다른 나라 언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멋있는가.
나도 영어 정도는 반드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메이징! CAS 정말 좋네요.”
그 옆에는 미국, 네덜란드 속기기계 부스가 있었는데
미국 부스에 잠깐 들러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영어 뭐 있나, 자신감 아니겠는가.
“샬라샬라샬라...”
“오케이, 오케이”
네덜란드 기계도 스페셜 하다.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두 분이 서로 웃으며 사진 한방.
오늘은 친구라도 내일은 경쟁자.
(웃고는 있어도 다 마음에 칼 한 자루씩은 품고 있지 않았을까?)
덜덜덜...
멋진 전시장들을 뒤로하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여러 관광지도 다녔다.
정말 멋진 곳이 많았다.
여러 관광지 중에 기억에 남는 곳은 성 이슈트반 성당인데
정말 크고 멋있었다.
기독교를 헝가리에 전파한 위업으로 기독교의 성인으로 추대된
이슈트반 성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부다페스트 최대의 성당이란다.
“자자, 준비해 보세요 다들.
우리도 남들 여행 가면 하는 거 한 번씩 해 봐야 되지 않겠어요?”
준비하시고
<사진=성이슈트반 성당 앞에서>
하나, 둘, 셋. 점프!
아이.. 실패...
다시, 다시, 다시.
다시 한 번 더.
하나, 둘, 셋. 점프!
결국 공중부양은 실패했다. 아니 그럴듯한 공중부양 사진은 실패했다.
더 득달해서 멋진 컷을 뽑아냈어야 되는데.
☞ 2편에서 계속
작성일 : 15-09-1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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