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와 속기록 ]
장미대선을 앞두고 2007년 대북인권결의안과 관련해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과 문재인 대통령후보 측이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송민순 메모’의 내용과 문 후보 측에서 제시한 당시 청와대 비서관들의 메모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메모의 불안정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같은 말도 뉘앙스에 따라, 문맥에 따라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각 개인의 기록은 당시 상황에 대해 주관적으로 이해한 것을 적어놓은 것으로 객관적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속기록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만약 속기록이 있다면 시시비비를 가리는데 크게 도움이 될 터이다. 국회에서는 어떤 발언에 대한 여야간 해석이 달라 논쟁이 벌어질 경우 속기록으로 확인해 보곤 한다.
그렇잖아도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계기로 국가 의사결정 과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속기록을 의무적으로 작성하는 회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현행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회의, ‘주요 정책의 심의 또는 의견 조정을 목적으로 차관급 이상의 주요 직위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운영하는 회의’는 반드시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속기록은 위 회의 중 영구기록물관리기관장이 지정하는 회의만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회의록은 회의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발언 요지 등을 기록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소극적으로 해석하여 최소한의 정보만 기록할 경우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 참가자들의 발언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이름까지 적시되는 속기록이 필요한 이유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속기록 관련 법률 개정안 몇가지를 정리해 본다.
●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
- 2017년 2월 17일 강병원 의원 등 19인
주요내용 : 대통령․국무총리가 주재하거나 참석하는 회의뿐만 아니라 차관급 이상 직위자가 참석하는 회의에서도 의무적으로 속기록을 작성하도록 함.
- 2017년 1월 31일 홍익표 의원 등 10인
주요 내용 :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등이 참석하는 주요 회의의 경우 속기록을 반드시 작성하도록 하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위원회에서도 발언 내용과 결정사항이 포함된 회의록을 쓰도록 함.
- 2017년 1월 18일 김해영 의원 등 14인
주요 내용 :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급 이상이 참석하는 회의의 경우 의무적으로 속기록을 작성하도록 함.
- 2016년 10월 31일 문미옥 의원 등 14인
주요 내용 : KBS, EBS, MBC 등 공영방송 이사회가 회의록과 속기록을 작성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함.
● 형사소송법 개정안
- 2016년 12월 12일 권칠승 의원 등 13인
주요 내용 : 공판정에서의 심리의 전부에 대하여 속기, 녹음 또는 영상녹화를 의무화하고, 속기록은 소송기록에 첨부되어 공판조서의 일부분이 되도록 함.
작성일 : 17-05-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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